벤허 이야기 (루 월레스와 찰톤 헤스톤)
예전에 추석이나 설 명절에 종교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TV에서 단골 방영해주던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십계'와 '벤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찰톤 헤스톤'이라는 대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성경과 유대인에 대한 스토리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1959년 영화 '벤허'는 미국 작가 루 월레스(Lew Wallace)가 1880년 쓴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인데요, 소설 및 영화와 관련한 전통적인 두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첫째는 작가 루 월레스가 원래 무신론자여서 성경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성경을 자세히 읽고 거짓된 내용을 찾으려고 했는데, 거짓은 커녕 도리어 성경에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회심하여 벤허를 썼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성경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일평생 감리교회에 출석했던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어느날 공화당 총회에 가던 열차 간에서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인 잉거솔과 종교에 대한 토론을 하다가 그의 반기독적인 화려한 논리에 압도 당하고 맙니다. 이 일을 계기로 월레스는 성경에 대한 자신의 무지와 무관심을 반성하고 성경 및 예수님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철저히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 탄생 및 동방박사 이야기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에 이르는 소설 벤허를 집필하였다고 책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https://www.ben-hur.com/wp-content/uploads/2013/11/first_christmas.pdf
둘째는 1959년 영화 벤허의 주인공인 찰톤헤스톤이 대표적인 유대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소설 벤허의 제목 부제는 ' Ben-Hur: A Tale of the Christ' 로써 예수님의 이야기가 중심 주제입니다. 그런데 유대계 스튜디오인 MGM社가 제작하고 유대인이 주연인 영화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와 용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찰톤 헤스톤은 유대인이 아닌 전형적인 WASP, 즉 앵글로색슨 혈통에 자유주의자(libertarian)이자 미국성공회 교도였다고 합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를 소유 및 운영하는 유대인들의 불문율 중 하나는 "유대인 배역에 유대인을 캐스팅하지 말라"는 것이고, 또 콜럼비아 스튜디오의 해리 콘은 "내 영화에서 유대인들은 인도인(indian)을 연기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벤허의 메인 스토리는 유대인 귀족 벤허가 로마인 친구이자 유대땅의 군사령관인 메살라와의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사형수 신분으로 갤리선에 끌려가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해적선과의 전투에서 로마장군 아리우스를 구해내어 그의 양자로 입양되고 고향땅에 금의환향하여 메살라에게 멋지게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후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병으로 죽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분노하게 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시 쏟아진 비를 맞고 나병이 치료되는 기적을 경험하면서 마음속의 분노와 증오가 사랑과 용서로 변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사실 벤허 스토리는 성경상에 예언된 유대인의 과거 역사와 미래 이루어질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다 벤허는 그의 이름처럼 유대민족을 상징하는 것이고, 멧살라는 유대인들을 괴롭힌 이방 민족(로마제국 포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마에 의해 멸망당하고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가는 곳마다 죽임의 위협을 당하던 유대인들이 마지막 때에 온 세상의 재물과 권세를 등에 업고 고토로 귀향하여 자신들을 괴롭히던 이방 세력에게 복수한다는 것입니다.
전차 경주 장면은 마지막 아마겟돈 전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깨닫고 유대인들의 민족적인 회개가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성경의 역사 스토리가 완성됩니다.
실제로 아랍 온라인 뉴스 '알 바와브 '는 2016년 8월 벤허 리메이크판 개봉에 대해서 "벤허의 예루살렘 귀환과 복수 설정은 '시오니스트'들이 이스라엘 땅에 돌아와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그 땅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역사 왜곡을 정당화하고 홍보하는 에피소드"라고 보도했습니다.
http://elderofziyon.blogspot.com/2016/08/arab-media-ben-hur-is-jewish-zionist.html?m=1
한편 찰톤헤스톤은 1956년 영화 '십계'에서도 유대인의 상징과 같은 모세 역을 열연하여 유명세를 탔습니다. 당시까지 미국에서 유대인들은 '늘 돈만 밝히고 매부리코에 겁쟁이'라는 판박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전형적 WASP인 찰톤 헤스톤이 용감하고 잘생긴 모세와 벤허역을 완벽히 소화해냄으로써 유대인에 대한 고정 관념도 바뀌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합니다. 2002년 'The National Review'에서 유대인 배우 리차드 드레퓌스는 "유대인 아이들은 '찰톤 헤스턴이 모세이면서 동시에 유대인이 아니다'라는 사실로 인해 혼동을 안고 자랐다"고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찰톤 헤스톤은 영화 '벤허'로 196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평생 80여 편 영화에 출연하여 주로 영웅 역할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전미 라이플 협회(NRA )의 회장을 맡아 컬럼바인 고교 등 총기 사고 발생 지역에 방문하여 총기 찬성 집회와 연설을 열어 유가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모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를 통해 NRA를 전형적인 극우 단체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였으며, 영화로 평생 쌓아왔던 대중 영웅으로서의 이미지는 노년에 극우주의자들의 영웅으로 변질되어 2008년 4월 5일 항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반면에 루 월레스는 1880년 《벤허》를 출간하여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가 출판될 때까지 50년 동안 미국 소설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으며, 소설로는 처음으로 교황의 축성을 받은 기념비적 작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벤허'에 감명받은 제임스 가필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터키 주재 공사를 임명받아 4년 동안 임무를 수행했고, 귀국하여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쓰다가 1905년 2월 15일 자서전을 집필하던 중 위암으로 77년간의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출처 - 재미있는 세계사
화려한 성공 뒤에 어두운 말년을 보낸 대 배우와, 한 때의 무지와 무관심으로부터 회개(?)하고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난 후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대 작가의 인생이, 마치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의 최후 운명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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