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과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수년간 종중과 관련된 자문, 소송을 수행하다보니, 종중과의 부동산 거래에서 문제가 생겨서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종중과의 법률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복잡한 내용들은 다 제외하고, 종중과 거래할 때 주의할 것 ‘단 한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려고 물색하던 중, 괜찮은 땅이 매물로 나왔다. 그 땅은 모 종중의 소유였는데, 내가 종중 대표자에게 부동산을 사서, 등기를 마쳤다. 몇 년이 지난 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종중이 갑자기 나에게 소송을 제기해서, ‘종중 재산의 처분이 무효’라고 하면서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한다.
도대체 왜 나에게 소송을 제기했냐고 물으니,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당연히 억울하다. 분명히 종중 대표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인데, 계약의 효력이 인정 안 된다고 한다.
위의 사례는 필자가 만든 가상의 사례이기는 한데, 아주 전형적인 종중 부동산 분쟁 형태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분쟁의 원인은 종중이 재산 소유를 하는 형태 때문이다. ‘총유’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자면 논문 하나를 써야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법을 다루는 사람이 아닌 한, 종중과 총유에 대해서는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종중과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종중이 종중 규약에 따른 절차를 거쳤는지, 만일 종중규약이 없으면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종중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종중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 점에 관한 종중규약이 없으면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므로 비록 종중대표자에 의한 종중재산의 처분이라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행위는 무효”라는 입장이다(대법원2007. 4. 26.선고 2005다31033판결). 즉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부동산 거래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확인하냐고? 당당히 종중규약을 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규약에 따른 종중의 동의, 결의 절차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규약이 없으면, 종중총회의 결의서를 가져오라고 해야 한다. 상대방이 이런 서류를 못 준다고 하면, 그 계약은 더 진행해서는 안 된다.
“계약 끝나고, 나중에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종중 어르신들이 모두 동의해서 문제없습니다.”, “우리 종중은 그런 절차 없습니다.”
보통 이런 말들이 오가면서, 종중규약에 따른 절차나 총회를 거치지 않고 계약이 진행된다. 필자가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부동산 사기일 확률 70%, 절차를 정말 모를 확률 30%이다.
만약 상대방이 “총회 결의를 받기가 어려워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면, 좀 다른 문제이다. 내가 거래하려고 하는 부동산이 그만큼의 시간을 써가면서 ‘기다릴 가치’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종중이 큰 경우 총회 결의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만약 정말 필요한 부동산이라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약 사항으로 어떤 시점까지 총회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조치를 정하면 된다. 즉, 총회 결의나 종중규약에 따른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경우에 위약금을 정할 수도 있다.
위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종중과 거래할 때는 ‘종중규약 확인 또는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 하나는 기억하자.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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