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오늘은 된장, 고추장과 함께 우리네 음식의 조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표적인 조미료 '간장(-醬)'에 대해 알아봅니다. 우선 '간장'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나는 흑갈색 액체' 입니다. 간장의 표기는 한국은 그냥 '간장'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찌앙요우(醬油 장유)', 일본에서는 '쇼유(しょうゆ, 醬油)'라 부릅니다. 그리고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으로 'Soy Sauce'라고 통칭합니다.
아시다시피, '간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된장 역시 콩을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인데, 그렇다면 간장과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요? 맞습니다. 간장은 엄밀히 말해서 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부산물입니다. 그러니까 메주를 소금물에 오랫동안 담가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된장과 동시 생산된다고 보면 됩니다.
1. 연원과 유래
이런 간장이 동양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BC 8세기 무렵의 중국에서입니다. 이때는 주로 고기를 발효시켜 만든 '육장'이 사용되었다고 하며, 반면, 중국 북부지역의 콩 재배지에서는 콩으로 장을 담갔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식 역사서에서 콩으로 장을 담그는 방법이 등장한 것은 한나라 때 부터입니다.
특이한 점은 고구려의 장이 특산품으로써 그 맛이 아주 좋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국 서진(西晋)의 역사가 진수(陳壽)가 집필한 정사 삼국지(正史 三國志) 중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따르면, 고구려 인들이 장을 잘 담근다하여 '선장양(善藏釀)'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도 중국의 간장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고구려가 있던 둥베이(東北) 지방의 콩이 최상급 재료로 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장의 의미는 간장과 된장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걸쭉한 형태의 '토장(土醬)'에 가까운 것이었고,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중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된장과 구분되는 오늘날의 형태에 가까운 간장이 등장했으리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려사(高麗史)' 식화지(食貨志)에 따르면, 1018년 현종 9년, 거란의 침입으로 굶주림과 추위로 고생하는 백성들에게 소금과 장(醬)을 나누어주었고, 1052년 문종 6년, 개경의 백성에게 쌀과 조, 된장을 내려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기록이 있는 바, 고려시대에 이미 장류는 구휼식품이 될 정도로 필수적인 기본 식품이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간장은 의외로 100그램 당 약 50칼로리인 고열량 조미료입니다. 그러나 한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아님으로 고열량에 따른 문제는 별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열량 문제보다 간장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이 더 큰 문제인데, 간장의 총 질량 중 약 5~6%를 나트륨이 차지할 정도로 고염분 식품입니다. 그리고 국에 간장을 넣어 맛을 낼 경우 국물을 모두 마시면 상당량의 간장을 섭취하는 것임으로 주의가 필요하며, 반면 음식을 간장에 찍어먹는 경우는 그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에서 간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일본입니다. 한국과 중국도 간장을 많이 사용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전체 조미료 중 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요리에 간장이 들어간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인들의 간장 사랑은 각별하답니다.
2. 제조방법
여기서 간장의 제조 방법에 대해 살짝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간장의 제조 방법은 재래식 방법과 개량식 방법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재래식 방법은 가을에 콩으로 메주를 쑤어 따뜻한 곳에서 띄웁니다. '띄운다'는 것은 '발효시킨다'는 순 우리말이죠. 잘 띄워진 메주를 볕 잘 드는 곳에서 말립니다. 딱딱하고 건조해진 메주는 이듬 해 봄에 소금물(소금 농도는 약 20% 정도, 날계란을 넣어 500원짜리 동전 만한 크기로 뜨는 정도)에 담가 역시 양지에서 30~40일 가량 두어 충분히 우려냅니다. 그 다음 위로 뜬 즙액만 떠내어 체로 걸러서 솥에 붓고 달여서 만듭니다.
개량식 방법은 황국균이라는 누룩곰팡이균을 써서 만든 개량메주로 담급니다. 재래식 메주가 여러 종류의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품질면에서 균질하지 못하고 관리를 잘못하면 맛과 풍미가 좋지 못한 것에 반해, 개량메주는 품질이 균일하고 감칠맛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간장만의 독특한 맛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층도 많습니다. (잘만 만들면 재래식 방법의 간장이 더 끝내줍니다.)
간장은 사실 한국에서는 콩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광의적이고 전통적인 의미로는 반드시 콩으로만 만든다기 보다는 어장(魚醬)이나 육장(肉醬)과 같이 다른 재료를 발효시켜 만드는 것을 통칭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선을 발효시켜 만드는 간장과 비슷한 액체 조미료인 '피쉬 소스(Fish Sauce)' 를 사용하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3. 종류
우리는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간장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양조간장'부터 '조선간장', '진간장' 그리고 '몽고간장'까지 종류도 참 많습니다. 간장의 종류은 보통 제조공정에 따라 구분하는데, 그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한식간장(조선간장, 재래식 간장, 국간장, 집간장)
말 그대로 한국 전통 방식의 제조방법에 기초한 간장입니다. 가장 흔한 표현이 '조선간장'이죠. 제조방법은 전술한대로 재래식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재래식 간장'이라고도 불리죠. 재료로 콩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맛이 대체적으로 구수하고 진하며 짠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국물 맛을 낼 때 주로 사용합니다.
숙성 정도에 따라 청장(淸醬), 중장(中醬), 진장(陳醬, 묵은 장)으로 구분되는데, 오래 숙성시킬수록 그 맛과 색이 진해져서 만드는 음식에 따라 각기 달리 사용합니다. 그리고 숙성 정도가 가장 덜한 청장을 흔히 '국간장'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씨간장'이라는 종류도 있습니다. 씨간장은 매년 기존 장에 새로 담근 장을 추가하여 기존 장의 맛과 상태대로 숙성시키는 장입니다. 그 제조방법이 매우 까다로워서 종가의 비밀처럼 전수되곤 했던 간장이죠. 유서 깊은 종가의 경우, 수십년 또는 수백년에 걸쳐 씨간장이 대대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찬 음식에 사용된 간장이 담양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에서 만든 360년 된 씨간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씨간장은 장 중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을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장 비싼 씨간장은 2Kg에 약 1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합니다. 그러나 씨간장의 가치는 어떤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보다는 집안 대대로 독특한 맛을 내는 균류를 세대를 거쳐가며 오랫동안 보존해온 정성에 더해진 문화적 가치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겠습니다.
② 양조간장(왜간장, 개량식 간장)
'양조간장'은 콩에 볶은 밀이나 보리를 섞어서 황국균과 같은 누룩 곰팡이를 띄워 만드는 일종의 개량식 방법으로 제조된 간장입니다. 숙성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아서 대량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간장의 대표격인 종류이죠. '한식간장'에 비해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국물은 물론 무침이나 조림, 볶음용 등에 널리 사용됩니다.
'양조간장'이 처음 한국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입니다. 일제의 유명 양조간장회사가 한국에 양조시설을 갖추고 간장을 만들어 공급하면서 국내에 '양조간장'이 널리 상용화되었고(때문에 '왜간장'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양조시설에서 한국인들이 간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양조간장'의 명맥은 오늘날까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때 일제의 양조시설이 경남의 부산이나 마산 등지에 몰려 있었던 탓에, 이 지역은 '양조간장'의 창업 메카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뒤에 소개할 '몽고간장'도 이 지역의 간장입니다.
'양조간장'은 그 편의성때문에 널리 사용되어지고 있으나, 분명한 단점도 있습니다. '양조간장'의 본래 색은 다수의 식품첨가물로 인해 검정색이 아닌 갈색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숙성 과정에서 산소와 만나 산화되면서 몇 달에 걸쳐 검게 변하게 되는데, 이때 신선도도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죠.
③ 산분해 간장
'산분해 간장'은 탈지대두와 소백전분의 부산물인 글루텐에 식용염산을 첨가하여 가수분해하고 이때 생성된 아미노산을 중화제로 중화시키는 과정으로 제조되는 화학적 공법에 따른 간장입니다. 어렵죠?^^ 저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간단히 완전 화학적 공법으로 제조되는 간장으로 이해하면 무방합니다. 가정용보다는 업소용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죠.
'산분해 간장'은 제작 공정 자체와 식용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진행중이며 제작단가가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발효방식에 비해 단백질이 확실히 분해되기 때문에 맛과 향은 상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분해 간장'은 처음에는 일본에서 사용되다가 점차 한국으로 넘어왔으며, 이제는 중국은 물론 거의 모든 동북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④ 혼합간장(진간장)
'산분해 간장'에 양조간장을 일정량 섞어 만든 간장을 '혼합간장'이라 부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혼합간장'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진간장'이 있습니다. 양조간장에 비해 저렴하고, 농도가 진해서 주로 국물용이나 양념용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원래 '진간장'은 '오래 묵힌 간장'이라는 의미에서 한식간장을 뜻하지만 경제성의 문제 때문에 지금은 혼합간장으로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⑤ 몽고간장
'몽고간장'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에 본사를 둔 '몽고식품'에서 생산 판매하는 간장류를 일컫습니다. '몽고간장'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몽고정
고려시대 말인 1274년, 원나라의 쿠빌라이 칸은 일본 정벌을 위해 오늘날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전진 기지를 설치합니다. 두 차례의 일본 정벌이 실패로 돌아가자 방비를 위해 자산(玆山)에 둔진(屯陣)을 설치했는데, 이때 둔진의 병사들이 용수(用水)로 쓰기 위해 우물을 팝니다. 이 우물을 가리켜 '몽고정(蒙古井,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82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몽고정'은 지금까지 가뭄과 홍수에도 물이 줄거나 늘지않았다고 하며, 특히,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여 우수한 수질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 몽고 장유 양조장
1905년 이 곳에 일본인 야마다 노부츠케(山田信助)가 야마다 장유양조장을 설립했고, 해방 이후 공장장이었던 김홍구 씨가 회사를 인수해 당시 회사 옆에 있던 '몽고정'에서 착안하여 '몽고 장유 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그리고 '몽고정'의 우물물을 사용해 간장을 제조했기 때문에, 제품 이름을 '몽고 간장'이라고 한 것이죠. 이후 1987년, 회사를 확장하면서 '몽고 장유 양조장'에서 오늘날의 '(주) 몽고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이런 이력을 지닌 '몽고간장'은 현재 업소용은 물론 가정용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유서깊은 대표적 양조간장입니다.
이밖에도 일본의 쯔유(つゆ), 중국의 노추(老抽, 노두유라고도 함) 태국의 흑간장 등도 있습니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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