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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모아모아모아 2019. 9.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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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삶의 불꽃이 모두 다 꺼져
회색 재만 온몸에
팔삭팔삭 나는
껍데기 혼을 쓴 이몸을 끌고
오! 어디로 갈까?
오! 어디로 갈까?
오! 나는 님이 죽은 시체(屍體)로다
삶을 연홍색 화환으로 얽혀놓고
가는 비단실로 수를 놓으며
온 몸에 피가 따끈따끈하여
人生[인생]은 피어나는 구름과 같이
아름답고 어여쁘니라
무한한 앞길에 오는 앞날에
모든 행복을
신기루와 같이 꾸며보자
오! 생각만 하여도 즐거운
축복의 청춘!
이처럼 생각하던 철없는 꿈이
그 어느날 아침에 깨어질때 부터……

오! 이제는
모든 것을 보았다.
비단과 비단으로 수 놓은
그 같은 예쁜 삶이라는 것을
죽음의 제단에
불살라 버리기 위해
쇠사슬에 엉키어 가는
산양(山羊)으로써
이따금 정신없이 피해 다니는
한 두 마디의 잠꼬대인 것을……
오! 나는 죽은 시체로다.
사랑의 감주를 잔으로 마시고
붉은 무지개에 가만히 누워
하늘의 별들을 두손으로 따며
불타는 이 눈물을 받아 주세요
당신의 품에서
영원히, 영원히
삶과 죽음을 같이 하오리라
이러한 그의 말은
정말이라 믿던 나의 가슴이
그 어느날 아침에 깨어질때 부터……
오! 이제는
모든것을 알았어요
불타는 눈물을 치마에 담고
참이라! 참이라!
하늘을 가르키고 땅을 치면서
피를 모아 맹세하던 사랑이
하나의 거짓을 가만히 숨겨둔
회칠한 무덤의 장식이었던 것을

오!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삶의 힘줄이 모두 풀어지고
사랑의 믿음이
조금씩 깨어진 이때에
머리에 검은 보(褓)를 쓰고 누운
살고도 죽은
이 시체를 끌고
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1925년, 시집 「처녀의 화환」에서


> 노자영 지음

> 글 출처- 공유마당(어문>시>자유시(현대시)

> 이미지 출처- 무료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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