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관계에서의 “대항력”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항력의 바탕이 되는 “채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다. 임대차라는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임대차라는 “계약”에서 비롯되는데, 임대차대상, 임대차기간, 보증금, 차임 등을 정하는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개인적인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계약에서 별도로 합의하거나 법률에서 달리 정한 바가 없다면, 일방 당사자 마음대로 계약의 주체를 바꿀 수 없다. 비록 종전과 동일한 임대차조건일지라도 임대인 동의 없이는 임차인 마음대로 임차인을 다른 사람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임차인변경으로 차임지급 능력 등의 면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임대인 변경도 임차인 동의없이 임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임대차목적물의 소유권 변동에 따른 자동적인 임대인 승계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도 유익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임대차보호법을 통해 대항력 개념이 순차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주거용 주택에 대해서는 1981년 주택 임대차보호법 제정 때부터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전입신고(주민등록)와 점유이전(이사)이라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보장해왔지만, 상가점포의 임차인에게는 2001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을 통해 뒤늦게 인정되었다.
하지만, 임대차보증금의 범위에 상관없이 대항력을 인정한 주임법과 달리 상임법은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대항력 인정에 차등을 두었는데, 2015. 5. 상임법 개정을 통해 비로소 이런 차등이 해소된 것이다. 결국, 상가점포에 대해서는 대항력 적용이 2001년 이전에 전혀 불가능했고, 2015. 5. 개정 이전에는 환산보증금 이하의 임대차계약에만 가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건물의 소유권 변동과정에서 매매당사자간에 기존 임대차를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보니 변경된 건물주에 대한 임차인의 권리주장, 대항력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오해되어 온 것이 현실이었다.
다만, 2015. 5. 법개정 이후에도 기존의 모든 계약이 아니라 2015. 5. 법개정 이후 처음으로 체결되는 계약이나 갱신되는 계약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어, 구체적인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따라 대항력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 부칙 제2조(대항력에 관한 적용례)
제2조 제3항의 개정규정 중 제3조 대항력에 관한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
대항력이 인정되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어떤 권리의무를 가지게 될 것인가?
법규정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가 양수인에게 당연승계되면서 양도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건물소유권 변동 이후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기존 임대인(건물 양도인)에 대하여 보증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임대차보증금반환]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면, 임차인이 주택의 양수인에 대하여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인 이상 양수인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 할 것이고, 그 주택에 대하여 임차인에 우선하는 다른 권리자가 있다고 하여 양수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의 승계에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2]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 채무는 소멸한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건물주 변경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와 종전 건물주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가 가능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그 때문에 계약기간 도중 건물주 변경을 감안한다면 건물주의 개인적인 자력 뿐 아니라 임대차목적물 자체의 담보력파악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는 계약기간 도중이 아니라 이미 계약이 종료된 상태에서 건물소유권이 변동할 경우에는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어떤 권리의무를 가지게 될 것인가?
양수인에 대한 임대차계약 당연승계의 효력은 적용되지 않고, 기존 임대차계약에 따른 기존 임대인(양도인)에 대한 청구가 원칙이다(물론, 건물 양수도과정에서 건물양도인과 양수인 간에 이루어진 임대차승계합의가 있다면 임차인은 그 합의의 원용을 통해 임대차계약 승계를 주장할 수도 있다).
★ 대법원 1998. 9. 2. 자 98마100 결정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인의 지위의 양도는 임대인의 의무의 이전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이 누구인가에 의하여 이행방법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목적물의 소유자의 지위에서 거의 완전히 이행할 수 있으며,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신 소유자에게 그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훨씬 유리할 수도 있으므로 임대인과 신 소유자와의 계약만으로써 그 지위의 양도를 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이 경우에 임차인이 원하지 아니하면 임대차의 승계를 임차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곧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임대인과의 임대차관계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결과, 임차인이 임대차 승계를 원치 않을 경우 임대차계약의 중도해지와 기존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청구가 가능하게 되면서, 당연승계를 전제로 이루어진 건물 양수도계약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즉,
① 건물 양수도과정에서 양수인이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그 금액만큼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건물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양도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게 되면서 건물 양도인과 양수인 간 금전정산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② 종전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의 잔여기간 동안에는 임차인이 그대로 임대차관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익성계산이 깨지면서 착오로 인한 건물매매계약의 취소 주장으로도 이어질 소지가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물 양수도사실을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하여 임대차계약 승계에 동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임대차물건에 선순위 담보물권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선순위 담보물권의 담보가치 보장을 위해 낙찰자에 대한 대항력이 없다는 점에서, 적절한 우선변제권 확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소정의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상임법상 우선변제권이 없다는 점에서, 우선변제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세권설정등기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 적절한 조치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고, 환산보증금을 초과하지 않는 임대차계약은 적시에 확정일자를 받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 법무법인 율촌 최광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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