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다섯가지 성격 결함
지휘관의 오만이 '토이토부르거 숲 참패'를 불렀다.
“세상에 이럴 수가! 우리가 미개한 민족에게 당하다니!” 로마인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서기 9년, 로마의 정예 3개 군단이 게르만 민족의 한 종족인 헤루스케르족에게 전멸당했다.
토이토부르거(Teutoburger)라는 울창한 숲 속에서 벌어졌다고 해서 토이토부르거 숲 전투라고 불리는 전투에서의 참패였다. 이 전투는 칸나에 전투(The Battle of Cannae)에서 한니발에 의한 로마군단의 전멸, 카레 전투(The Battle of Carrhae)에서 파르티아군에 의한 크라수스 로마군단의 전멸에 이어 로마의 3대 참패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서기 7년,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는 퀸틸리우스 바루스(Publius Quinctilius Varus)를 게르마니아 총독에 임명했다. 바루스는 성격적인 결함이 있었다. 오만하고 조급했다. 그리하여 로마제국이 지배하는 식민지인 게르만족을 얕잡아 봤다. 서기 9년, 10월 초 라인강 유역에 있는 게르만족이 폭동을 일으켰다. 바루스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직접 17·18·19군단, 약 2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했다. 그런데 그들 앞에는 토이토부르거의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서 바루스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감시정찰대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적정이 불확실할 때는 미리 감시정찰대를 보내어 자세히 살피는 것은 군사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 부대를 숲 속으로 밀어넣었다. 왜 그랬을까? 상대를 너무 얕잡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빨리 폭동을 진압해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로마군단은 넓은 지역에서 기동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전투대형으로 전투를 해왔는데 울창한 숲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게르만족은 숲 속에서 단단히 잠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동조차 어려운 로마군단을 향해 창을 던지고 활을 쏘며 짧은 시간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숲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뒤죽박죽이 된 로마군은 결국에는 그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멸하다시피 했다. 바루스와 고위급 장교들은 살아남았지만, 잔인한 적에게 포로가 되는 것이 두려워 모두 자신의 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당시 역사가인 벨레이우스는 “거의 마지막 병사까지 마치 가축을 도살하는 것처럼 잔인하게 적에게 전멸을 당했다”고 기록했다. 이 서늘한 참패 소식을 들은 아우구스투스는 여러 달 동안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았고 머리를 문설주에 몇 번이고 쥐어박으면서 이렇게 절규했다고 한다. “바루스여! 바루스여! 내 군단을 돌려다오!” 이 전투 결과 로마는 엘베강 서쪽의 게르마니아 공략을 단념했고, 로마의 대(對)게르만 정책은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단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 잘못된 성격 때문에 자신은 물론 부대 전체가 몰락의 길로 갔을 뿐 아니라 역사의 흐름까지도 바뀐 것이다. 리더의 성격은 이렇게도 중요한 것이다.
제 성질 못 참아 죽임 당한 여포·장비
손자병법 구변(九變) 제8편에 보면 리더가 가질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위험한 성격(將有五危)에 대해 나온다. 리더가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면 그 자신은 물론 그가 책임을 맡고 있는 조직도 함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혹시 내게도 이런 위험한 성격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살펴 볼 일이다.
첫 번째 성격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성격이다(必死可殺, 죽기만을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른바 저돌형(猪突型)이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그로 인해 실제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다. 삼국지의 여포(呂布) 같은 리더가 바로 이런 유형이다. 여포는 은빛 갑옷에 활을 메고 적토마를 탄 모습이 가히 ‘장수 중에는 여포’ ‘날아다니는 장수(飛將)’라 불릴 만큼 용맹한 장수였다.
그러나 여포는 용맹하기만 했지 지모가 없었다(勇而無謀). 198년에 있었던 하비 전투(下邳戰鬪)에서 여포는 조조와 유비의 군대를 맞아 잘도 버텼다. 그러나 금주령(禁酒令)을 어긴 부하들을 매질하며 호되게 꾸짖다가 결국 그 부하들에 의해 밧줄에 묶여 조조에게 끌려가 처형을 당하게 된다. 무모(無謀)하게 용맹하거나, 죽으려고 환장(換腸)을 한 사람은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두 번째 성격은, 위기를 맞게 되면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살피며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성격이다(必生可虜). 이른바 보신형(保身型)이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실제로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삼국지의 위연(魏延)과 같은 유형이다. 후세에 위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자신의 이익에 따라 주인을 여러 차례 바꾼 사실은 그의 성격적 단면을 말해주고 있다.
위연은 처음엔 형주목 유표(劉表) 휘하에 있었고, 유표 사후 형주를 물려받은 유종(劉琮)이 조조에게 항복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장사태수 한현(韓玄)에게 갔다. 유비와의 전투에서 돌아온 황충(黃忠)에 대해 ‘관우(關羽)를 살려주었다’는 이유로 한현이 역모 혐의를 씌워 황충을 죽이려 하자 이에 분노한 위연은 한현을 벤 다음 유비에게 귀순했다. 이때 제갈량은 유비에게 “위연은 반골(反骨)의 상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모시던 군주를 죽이고 왔으니 중용하지 마십시오”라고 진언했다. 하지만 유비는 위연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유비와 제갈량이 죽자 결국 배반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마대(馬岱)에 의해 참수되었다. 역사적으로 배반자의 최후는 언제나 비참하다.
세 번째 성격은, 급하게 화를 내는 성격이다(忿速可侮). 이른바 다혈질형(多血質型)이다. 이런 유형은 성격 때문에 모멸을 당할 수 있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리더의 위험한 성격 다섯 가지(將有五危)를 바탕으로 ‘리더로서 조직에 해가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1위가 급하게 화를 내는 성격(忿速可侮)으로 나왔다. 그만큼 직장인들이 화를 잘 참지 못한다는 얘기다.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측면도 있다.
화를 내면 여러 가지로 나쁜 일이 생긴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張飛)는 장판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호령(號令)으로써 물리친 용감한 장수였다. 그러나 221년에 유비를 좇아 오(吳)나라를 공격하려 출발할 즈음, 부하 장수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참 허무하다. 장비는 범강과 장달에게 죽은 관우를 애도하기 위해 사흘 안에 흰색 깃발과 10만 벌의 흰 갑옷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부하들이 그 지시가 너무 촉박하다고 반발하자 화를 버럭 내면서 이들을 나무에 묶어 50대씩 때린 것이다. 결국 앙심을 품은 이들은 장비가 자는 틈을 타서 죽여 버렸다. 우리 속담에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다. 울분을 참지 못해 차마 못할 짓을 저지르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사람의 감정이 극도로 상하게 되면 극단적인 행동도 나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화는 중독성이 있다. 화를 내면 낼수록 점점 잦아진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여, 혹시 당신은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있지는 않은가? 화를 내면 상대방도 상하지만 나도 상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네 번째 성격은,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신을 깨끗하게 하려는 성격이다(염결가욕(廉潔可辱, 청렴하고 깨끗하게 사는 것을 내세우다가는 모함으로 큰 화를 입는다). 이른바 결벽형(潔癖型)이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런 성격은 가히 욕을 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청렴결백(淸廉潔白)하게 사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결벽증(潔癖症)에 가까울 정도로 처신하게 되면 정작 사람이 필요할 때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성격은, 아랫사람에 대한 사랑에 분별이 없는 성격이다(愛民可煩). 이른바 유약형(柔弱型)이다. 잘못한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식에게 따끔한 소리 한 번 못하고, 부하에게 쓴소리 한마디 못 하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걱정거리가 생기고 번거로울 수 있다. 자식이 잘못할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 줄 수 있어야 한다. 부하가 잘못할 때는 지혜롭게 훈계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나중에 더 큰 잘못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사랑은 결국 사람을 망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사람의 성격, 어떤 것보다 직업에 의존”
지금까지 리더를 망치는 다섯 가지 성격에 대해 알아봤다. 잘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다섯 가지 성격 중에 한두 가지는 갖고 있다. 아니, 서로 조금씩 섞여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극단에 치우치는 경우를 경계하는 것이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에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로 이를 지적하고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이다. 존 러스킨은 “사람의 성격은 어떤 것보다도 그 사람의 직업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갈파했다. 참 일리가 있는 말이다.
손자는 말했다. 이 다섯 가지 성격은 리더에게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조직에 재앙이 되며, 결국에는 그로 인해 조직이 무너지고 리더가 죽게 되는 결정적인 결함이 되기 때문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했다. 이 다섯 가지 성격 외에도 리더가 조심해야 하는 성격이 많다. 교만한 성격, 과욕을 부리는 성격, 질투하는 성격, 매사에 부정적인 성격 등이다.
세상의 리더들이여, 내면(內面)의 소리를 듣자. 혹시 아는가, 당신의 그 잘난 ‘성질’ 때문에 어디선가 피눈물 삼키는 소리가 나오고 있을지를.
▶ 서기9년 토이토부르거 숲에서 벌어진 바루스 전투의 상상화. 게르만족의 장수 아르미니우스가 로마군을 짓밟고 있다. [칼크리제 바루스전투 박물관]
<가을> (0) | 2019.09.20 |
---|---|
세계역사 연대기 - (1823 ~ 1828) (0) | 2019.09.20 |
미스터쇼(Mr.SHOW) (0) | 2019.09.20 |
손자병법 - 현대인의 필독서 (0) | 2019.09.20 |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 (0) | 2019.09.20 |
댓글 영역